박경문
온새미로: 흐름의 결을 따라
2025.5.14.~6.19

삶과 자연은 시간의 흔적을 품고 있다.
침식된 결, 스며든 균열, 겹겹이 쌓인 깊이 —
그 형상들은 인위적인 아름다움보다 더 깊은 설득력을 지닌다.
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의 결을 따라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.
레진이라는 재료는 자연스런 흐름과 굳어지는 통제를 동시에 품는다.
스스로의 방향으로 번져나가며,
우연과 질서 사이에서 고유한 형상을 빚어낸다.
그 표면 위에 남겨지는 결은 자연의 리듬처럼 생동한다.
이번 전시 「온새미로」는
프랑스의 대지에서 마주한 자연의 흔적에서 출발했다.
바람에 깎인 절벽의 결, 시간에 풍화된 낡은 벽의 표면,
말 없이 쌓아진 세월의 표면들이 모여 하나의 언어가 되었다.
그 언어는 레진이라는 투명한 층 위에서 다시 숨을 쉰다.
조작하지 않은 흐름, 꾸며내지 않은 결 —
자연스럽게 피어난 것들만이
오히려 더 단단한 진실을 품는다.
온새미로 —
그 말 안에는
생의 결, 시간의 숨, 그리고 빛의 여운이 함께 흐르고 있다.